지자체와 언론사···공생인가 기생인가

[PBS뉴스]변희정 기자=공생[共生, symbiosis]은 각기 다른 두 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임을 의미한다. 악어와 악어새가 공생의 대표적인 예로 가끔 사람들의 관계를 비유할 때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공생의 관계가 순 작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래와 따개비처럼 한 쪽만 이득을 취하기도 하고, 고목과 버섯처럼 기생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최근 언론사에 대한 용인시의 원칙과 기준 없는 홍보비 지출 및 평택시의 사업권 특혜 의혹 논란이 시민들에게 큰 실망과 공분을 안겼다. 사실 언론사에 대한 편파적인 홍보비 지출과 사업권 특혜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거의 해마다 반복되는 현상으로 지자체와 언론사의 어두운 단면이 된지 오래다.

연일 언론매체에서 지자체와 출입기자들 간의 고질적 관행이 병폐로 언급되는 것을 보고 있자니, 공무원과 기자가 각각 홍보비와 기사로 자칫 서로에게 갑질하는 양상을 언중에게 들킨 것 같아 경기도에 출입처를 둔 기자로서 씁쓸함과 자괴감이 교차했다.

물론 언론사도 수입이 있어야 운영될 수 있다. 언론사의 주 수입원은 광고비다. 사실상 지역 언론사 기자들의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으로 일부를 제외한 다수의 언론사들은 기자들이 수주해온 광고 수익의 일부를 수당으로 지불해 그들의 수입을 보전해준다. 결국 기자들의 임금은 얼마나 소신 있는 기사를 생성하느냐보다 지자체의 행정 광고비를 얼마나 요령껏 많이 수주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언론사의 수입과 직결되는 지자체의 행정 광고비는 언론사별로 년 간 수십 회가 책정되기도 하고 한 번도 집행되지 않기도 한다. 문제는 광고비 책정에 대한 기준과 원칙이다. 언론사에 대한 공평하고 정당한 집행 기준이 모호하다보니 지자체는 언론사별 광고비의 쓰임을 낱낱이 공개하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불투명한 지자체의 광고비 지출방식은 행정기관에 대한 불리한 보도의 입막음용이나 특정 공무원에게 편향된 홍보성 내용의 대가로 오용되기 충분하다. 이 같은 실정과 맞물려 기자의 펜은 어느새 위협이 되고 투철해야 할 기자정신은 광고비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일각에서는 시민의 혈세인 행정 광고비가 투명하고 공평하게 집행돼야 공정성을 가진 정직한 보도가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언론은 취재를 통해 객관적 사실(fact)만을 보도하는 것이 원칙이다. 당연히 사실을 담은 기사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언중의 몫이다.

정직한 보도가 중요한 것은 기사가 언중의 판단을 유도하고 그것이 미치는 사회적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관과 언론이 광고비 또는 사업권을 담보로 기사의 본질을 왜곡해 언중의 알권리를 기만하고 호도와 침묵을 관행처럼 일삼는 것은 언중을 대상으로 사기극을 벌이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한국기자협회(韓國記者協會)윤리강령은 ‘기자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진실을 알릴 의무를 가진 언론의 최일선 핵심존재로서 공정보도를 실천할 사명을 띠고 있으며’ 라는 서두로 기자의 의무와 사명의식을 강조한다. 또한 공무원 헌장에는 ‘청렴을 생활화하고 규범과 건전한 상식에 따라 행동한다'고 명시해 공무원의 공직 가치를 실천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기자와 공직자 모두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명예로운 권한을 책임감 있게 사용해야하는 특별한 직업이라는 뜻이다. 기자는 공정한 기사를 써야 참 기자다. 그것의 대가가 야박하게 책정된 광고비로 평가돼 억울한 생각이 들어도 펜과 돈을 타협한다면, 기사대신 언중에게 독이 될 활자들만 늘어놓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부적절한 관행들이 취재와 기사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은 이미 기사가 아니다.

동식물의 공생 방법에도 질서와 약속이 있듯, 사람이 사는 사회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지금, 소명의식 없는 부적절한 관행이 빠른 공생을 위한 꽃길이라 착각하는 공무원과 기자가 있다면 귀띔해주고 싶다. 정작 꽃길은 비포장도로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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